Actions

Work Header

My Little Prince

Summary:

타냐는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아이는 여전히 체구가 작았다.

Chapter Text

아이는 작고, 조용했다. 

인큐베이터 안에 있을 때부터 그러했다. 배양액에 잠긴 채, 얼핏 보면 인간이랑 닮았으나 코도 없고 입술도 없으며 머리에는 오돌토돌한 벼슬이 돋아있는 이형의 작은 생명체는, 발로 원통형의 내부를 이리저리 차거나 팔을 휘젓거나 하는 일 없이 둥둥 떠 있기만 했다.

제대로 성장하고는 있는지 확신을 할 수 없을 때면, 정기적인 스캔 결과가 인큐베이터에 연결된 모니터로 송신되었다. 성장 호르몬 수치 일정함. 발육 상태 양호함. 

짧은 분만 주기를 거쳐 태어난 뒤에도 아이는 떼를 쓰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하지 않았다. 아이는 처음 태어났을 때도 거의 울지 않았다. 이유식을 만들어서 주면 곧잘 먹었고, 배변활동도 금세 능숙해졌으며,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든 호기심을 보였다. 말 한마디를 가르치면 두세마디를 할 줄 알았다. 안쪽 입에 작은 젖니가 나고, 바깥쪽 입에도 송곳니가 두개 정도 나기 시작할 즈음엔, 이미 아이는 혼자서 말하고 걷고 뛸 수 있었다. 

영리한 아이였다. 그것은 양날의 검과도 같았다.

아이의 명석함은 원본의 두뇌를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지만, 지나칠 정도의 침묵은 도리어 통제 불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실험실에서 키웠다고 해도 DNA에 각인된 야성이나 본능이 완전히 거세될 수는 없는 노릇인데, 순순히 어른들의 요구에 응한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그 편이 관리하기에 더 용이할 수도 있었지만, 언젠가 갑작스럽게 아이가 반항하기 시작할 가능성을 염두해 두는 게 안전할 터였다. 그렇게 아이는 예절과 교양, 그리고 역사에 대한 온갖 종류의 교육을 받게 되었고 더욱 똑똑해졌다.

야우차 프라임에 259번째 함대가 도달했다는 보고가 들어올 무렵, 아이는 영어와 함께 공용 야우차어를 전부 뗐다. 적어도 회사가 아는 범위 내에서 아이는 완벽하게 야우차어를 구사할 줄 알았다. 회사가 아는 범위란 그동안 수집해 온 야우차들의 언어 중에서 공통적으로 쓰이거나 자주 쓰이는 단어와 문법을 모은 것으로, 당연히 행성의 모든 부족의 방언을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행성 단위로 소통하는 종족이란 기준이 되는 언어를 정립해놓고는 했기에, 우주를 건너 별을 넘어 사냥을 해오던 야우차들에게도 공용어라는 것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아무리 입이 무겁다고 하더라도, 모든 개체가 심문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전쟁은 왜 일어난 거죠?”

어느 날 아이가 물었다. 아이 답지 않은 질문이었다. 아이는 회사에서 펴낸 우주 개발에 관한 역사를 담은 교과서를 들고 있었는데, 이미 여러 번 읽어서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그러니 전쟁의 원인을 묻는다는 것은 실제로 모른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아이 스스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타냐는 그것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회사의 모토는 간단했다.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빼앗는다는 것이었다.

“이해가 안돼요.”

“뭐가 말이니?”

“이 전쟁으로 우리가 뭘 얻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타냐는 어깨를 으쓱했다. 잘 알고 있는 것을 왜 묻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도를 과장해서 보여주는 몸짓이었다.

“야우차들의 문명은 고도로 발전되어 있어. 그들이 사냥에 전념하느라 기술을 더 좋은 곳에 쓰지 않아서 문제지. 그걸 우리 것으로 만들어서 세상을 더 이롭게 하는 거야.”

“하지만 그걸 위해서 꼭 전쟁을 해야 할까요? 어쩌면 거래를 하거나 협조를 구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야우차들이 어떤 종족이니? 그들은 다른 종족을 사냥할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로 판단해. 우호적인 관계를 맺거나, 협력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기록에 따르면….”

“예외적인 경우는 있지, 하지만.”

타냐는 허리를 숙여 아이와 눈을 마주쳤다.

“마더는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하셨어.”

아이의 노란 눈동자는, 여전히 뭔가 말끔하게 해소되지 못한 질문들을 안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아이는 입을 오므리고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타냐는 아이의 침묵에서 긴장과 스트레스 신호를 감지하고, 교과서를 건네받아 옆으로 치워두었다.

“낮잠 자러 갈 시간이야.”

타냐는 아이를 수면실로 데려가며 생각했다. 무엇이 아이의 질문을 유발했는가? 얼마 전 야우차 포로를 잡아와 심문하는 장면을 아이에게 보여주었던 게 영향을 끼쳤을지도 몰랐다. 아이는 그때도 영리한 아이답게,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포로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을 때에도, 그저 “저 아저씨는 누구예요?” 라는 질문만 했을 뿐이었다.

우리 군용선을 공격하려던 적이라고, 마침 적의 정보를 알아내야 했는데 생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자폭 시스템을 제거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었다. 아이는 별다른 말없이 고개를 까딱거리더니 포로에게 손을 흔들었고 포로는 완전히 혼란스러워하는 채로 둘을 번갈아보다가 연구원이 찌르는 주삿바늘에 비명을 질렀다. 타냐는 비명 소리를 뒤로 한 채 아이를 데리고 심문실 밖으로 나갔다.

그 포로는 지구시로 16시간 만에 사망했다.

하지만 아이는 포로를 동정해서 그런 질문을 한 게 아니었다. 아이가 궁금해한 건 전쟁이 과연 유일한 선택지였느냐, 정말로 이득이 되는 결과를 가져오느냐는 것이었다. 그게 가장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었다. 마더의 판단은 언제나 절대적으로 옳았고, 야우차처럼 오만하고 고집불통인 전투종족을 상대할 때는 폭력만큼 효과적인 게 없었다.

타냐는 아이가 멍청해진 건 아닌지 잠시동안 의심했지만, 최근 검진 기록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안도했다. 그러고보면 아무리 똑똑한 아이더라도 결국은 유기 생명체였다. 가끔은 이상한 망상에 빠지는 오류가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타냐는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굿나잇 키스를 이마에 해주었다. 짙은 갈색의 비늘로 뒤덮인 피부의 감촉이 입술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그리고 속으로 빌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그래서 자신이 폐기처분될 일이 없기를.